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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사선의 역사와 사람 · 사람 이야기 연재 세 번째

시계 문자판에 야광 도료를 칠하는 여공들, 1922년경
미국라듐회사 공장의 문자판 도장공들, 1922년경 · 위키미디어 공용 · 퍼블릭 도메인

어둠 속에서 빛나던 여공들은
왜 법정에 섰을까

입술로 붓끝을 모으고, 도료를 찍고, 칠한다. 회사가 가르친 그 동작이 라듐을 몸속에 쌓았습니다. 선서하러 팔도 들 수 없던 다섯 사람이 만든 선례와, 누군가의 몸을 대가로 쓰인 기준의 이야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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의료영상 기초

[방사선 물리 01] 에너지와 단위: 전자볼트로 방사선의 크기 가늠하기

주인장 2026. 9. 1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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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사선 물리 기초 01 · 의료영상 기초

방사선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보면 숫자와 단위가 쉬지 않고 따라온다. 관전압 120 kVp, 광자 에너지 60 keV, 선량 2 mGy, 방사능 740 MBq 같은 식이다. 단위가 다르면 뜻도 다르다. 그런데 막상 "keV는 얼마나 큰 에너지인가"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. 그래서 이 시리즈의 첫 글은 에너지와 단위에서 출발한다.

SI 단위와 접두어

과학에서 쓰는 단위의 기준은 국제단위계(SI)다. 현재 SI에서는 기본 전하 e = 1.602176634 × 10⁻¹⁹ C, 플랑크 상수 h,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 c 등이 정확한 값으로 고정되어 있다. 다만 이 상수들이 모두 2019년에 처음 고정된 것은 아니다. 빛의 속도는 그보다 앞서 미터의 정의에 사용되었다.

방사선 분야의 숫자는 매우 크거나 매우 작아서 접두어를 자주 쓴다.

접두어 기호 배수 예
메가 M 10⁶ MeV, MBq
킬로 k 10³ keV, kV
밀리 m 10⁻³ mGy, mSv, mA
마이크로 μ 10⁻⁶ μSv

에너지의 기본 단위, 줄(J)

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고 SI 단위는 줄(J)이다. 1 kg짜리 물체를 약 10 cm 들어 올리는 데 드는 일이 대략 1 J이다(1 kg × 9.8 m/s² × 0.102 m ≈ 1 J). 일상에서는 알맞은 크기다. 하지만 원자 하나, 광자 하나가 다루는 에너지를 줄로 적으면 10⁻¹⁴ J, 10⁻¹⁹ J처럼 불편한 숫자가 된다.

전자볼트(eV): 원자 세계의 자

전자볼트(eV)는 전자 하나가 1 V의 전위차를 지나며 얻는 운동에너지다. 기본 전하가 정확한 값으로 정해졌으므로 환산값도 정확하다.

1 eV = 1.602176634 × 10⁻¹⁹ J

이 정의에서 영상의학에 바로 쓰이는 관계가 나온다. 전자가 거의 정지한 상태에서 100 kV의 전위차를 통과하면 약 100 keV의 운동에너지를 얻는다. 관전압이 시간에 따라 변하면 전자들의 에너지도 달라진다. 이 전자가 만들 수 있는 X선 광자의 최대 에너지도 100 keV다. 1915년 Duane과 Hunt가 실험으로 확인한 관계여서 Duane–Hunt 법칙이라고 부른다. 촬영 조건의 kVp(peak kilovoltage)가 스펙트럼의 최대 에너지를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(7편).

그림 1. 전자볼트로 본 에너지의 크기. 가로축은 로그 눈금이다.

그림 1을 보면 크기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. 가시광선 광자는 대략 1.6–3.3 eV이고, 바닥 상태의 수소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는 데는 약 13.6 eV가 든다. 진단용 X선에서는 수십 keV가 중요한 에너지 범위다. 다만 투과력은 광자 에너지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. 물질의 조성·밀도·두께와 그 에너지에서의 상호작용 확률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.

질량도 에너지다: E = mc²

아인슈타인의 질량–에너지 등가 관계를 쓰면 질량도 에너지 단위로 적을 수 있다. 전자의 정지질량(9.109 × 10⁻³¹ kg)을 대입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.

E = mc² = 9.109 × 10⁻³¹ kg × (2.998 × 10⁸ m/s)² ≈ 8.187 × 10⁻¹⁴ J ≈ 511 keV

NIST CODATA 2022 값으로도 약 0.510999 MeV다. 이 511 keV는 시리즈에서 여러 번 다시 나온다.

  • PET: 양전자가 전자와 만나 소멸하면 대개 약 511 keV 광자 두 개가 거의 반대 방향으로 나온다(5편).
  • 전자쌍생성: 광자가 전자와 양전자 한 쌍을 만들려면 최소 2 × 511 keV = 1.022 MeV가 필요하다(8편).

에너지는 모양만 바꾼다

방사선 물리의 많은 현상은 에너지 보존으로 따라갈 수 있다. 이 시리즈에서 에너지가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미리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.

  • 전기 에너지 → 전자의 운동에너지: X선관의 관전압이 전자를 가속한다(6편).
  • 전자의 운동에너지 → X선 광자 + 열: 진단용 관에서는 대략 1% 안팎이 X선이 되고 대부분은 양극의 열이 된다(6편).
  • 광자 에너지 → 몸속 전자의 운동에너지: 광전효과와 컴프턴 산란(8편).
  • 전자의 운동에너지 → 이온화와 들뜸: 이렇게 물질에 남긴 에너지를 질량으로 나눈 양이 흡수선량이다(10편).

각 단계에서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. 어느 단계에서 얼마가 어디로 가는지 따라가면 영상의 원리와 선량의 의미가 함께 보인다.

헷갈리기 쉬운 세 가지 '크기'

방사선의 "세기"를 말할 때는 서로 다른 세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.

  1. 광자 하나의 에너지 (keV): 상호작용 확률에 영향을 준다. 관전압은 생성되는 광자의 에너지 분포를 바꾸고, 여과는 주로 낮은 에너지 광자를 제거한다. 여과판이 통과한 광자 하나의 에너지를 높여 주는 것은 아니다.
  2. 광자의 수: 검출기에 도달한 광자 수는 양자잡음과 관계가 있다. 디지털 영상의 표시 밝기는 영상처리에도 좌우된다. 관전류와 시간의 곱(mAs)이 바꾼다.
  3. 물질이 단위 질량당 흡수한 에너지 (Gy = J/kg): 몸에 전달된 양이다. 앞의 두 가지와 물질의 성질이 함께 정한다(10편).

keV가 크다고 선량이 큰 것은 아니고, mAs가 크다고 투과력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. 이 구분이 잡혀 있으면 촬영 조건을 바꿀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예측하기 쉬워진다.

100 kVp와 100 mAs는 다른 손잡이다

100 kVp는 광자 에너지의 상한을 설명하는 숫자다. 100 mAs는 관을 통해 이동한 전하량이다. 1 mAs는 0.001 C이므로 약 6.24 × 10¹⁵개의 전자에 해당한다. 이것을 그대로 X선 광자 수로 읽으면 안 된다. 전자 하나가 표적에서 여러 차례 상호작용하고, 생성된 광자의 일부만 출구창을 지나기 때문이다.

정리

  • 에너지의 SI 단위는 J이고, 원자 수준에서는 eV를 쓴다. 1 eV = 1.602176634 × 10⁻¹⁹ J(정확한 값).
  • 관전압을 kV로 적었을 때의 수치는 가속 전자의 최대 운동에너지를 keV로 적은 수치와 대응한다. 예: 100 kVp → 최대 약 100 keV.
  • 전자의 정지에너지 511 keV는 PET와 전자쌍생성을 이해하는 기준점이다.
  • 광자 에너지, 광자 수, 흡수선량은 서로 다른 양이다.

다음 글에서는 이 에너지를 주고받는 무대인 원자의 구조를 살펴본다.


자료와 계산 근거

수치와 교육용 그래프는 확인한 자료와 명시한 가정으로 재계산했다. 실제 장비·환자의 측정값을 뜻하지 않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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